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던 초등학교 4학년 A군이 2020년 12월의 추운 겨울날, 경남 김해 지역의 한 경찰서를 찾았다.
아이는 자신이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을 경찰에 직접 말했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과 검찰을 거쳐 A군의 양부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최근 첫 번째 재판을 받았다.
성인도 되지 않은 아이가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 학대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소년을 양부모의 학대에서 구하고자 했던 어른들의 노력이 컸다.
28일 경찰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출생과 동시에 입양된 A군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된 2020년부터 가족이 사는 집과 얼마 떨어진 원룸에서 혼자 지냈다. 집에는 양부모가 설치한 폐쇄회로(CC)TV도 달렸다.
기관 등에 따르면 A군은 반찬 없이 볶음밥 등만 먹었다. 보일러도 켜지 않아 추운 방에서 이불을 반으로 접어서, 반은 깔고 반은 덮은 상태로 잤다. 양모 B씨에게는 폭언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초 학대 피해 신고 시기가 같은 해 12월이니, A군은 길게는 1년 가까이 혼자 원룸에서 산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2017년과 2019년에도 아동학대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각각 보호처분과 무혐의가 내려진 적이 있다. 특히 2019년 무혐의 처분 당시에는 A군이 자신의 피해 사실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17년에 B씨가 보호처분을 받았던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관계 기관 등은 내부 회의에서 A군이 경찰에 직접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것이 학대에서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여기에 자기가 겪은 일들이 옳은 게 아니라는 것을 A군이 깨달은 점도 영향을 줬다.
어른들에게 힘을 받은 A군은 그렇게 경찰서를 찾아 피해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4월 A군의 양부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두 번째 재판도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이에 양모 B씨는 ‘아이를 보호하려 원룸에서 키우고 카메라를 설치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군은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기 전에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A군은 공 대표에게 소원이 무엇이냐는 말을 들었다.
그 말에 A군이 첫 번째로 꼽은 소원은 ‘엄마랑 살지 않기’였다. 이 외에 소년은 ‘맛있는 것 먹기’ 등도 소원으로 언급했었다고 공 대표는 28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전했다.
최근 A군에 대해서는 파양위원회가 열렸다. 소년이 머무는 곳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 대표는 이날 사진 두 장을 협회 커뮤니티에 공개했다. 닳고 닳은 신발 밑창 사진인데 서 있기만 해도 미끄러질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신발은 A군이 자신과 바람을 쐬러 나갔을 때 신고 있었다고 공 대표는 설명했다.
사진에는 ‘용기를 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공 대표는 “A군에게는 어른들이 자기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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